새로운 것도, 매일 똑같았던 것도 그 어느 것도 궁금하지 않았다. 심지어 나에 대해서도 궁금하지않고 그냥 흘러가는데로 하루하루를 보낸 날들이 있었다. 열정이 식었다, 무기력하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하루하루를 무관심하게 살아가던 시기였다. 그 시기에 부모님 몰래 휴학계를 내버렸는데, 나로써는 말도 안되는 선택이었다. 혼자 다른 누군가의 생각도 듣지 않고, 홀로 내린 인생에서의 첫번째 결정이었기 때문에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더 말도 안되는 나였던 것 같다. 그후 나는 학교를 가는 척하고 이유 없는 하루 속에서 산에 오르거나, 지하철타고 오이도를 가거나, 도서관에서 아무 책을 골라 생각 없이 글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었다. 누군가도 열정이란 놈과 함께 큰 꿈을 꾸며 살아가다 어느 순간 그 어느것도 궁금하지 않을 때가 찾아올 수 있다. 보통 번아웃이라고 표현하는 이 상태를 지금에서 돌이켜 생각해본다면, 나는 나름대로 잘 즐긴 것 같다. 무언가 성취하기 위해 계속 맘편히 쉬지 못하고, 성취를 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꽤나 내몸은 힘겨워 했던것 같다. 그 날들을 버티고 얻어낸 성취감, 그 후에 찾아온 슬픔이 나를 번아웃 상태로 만들었다고 생각된다.
그리고 나는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은 그 상태를 받아들이며 약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. 야생화들은 겨울이 되면 동면을 취한다. 죽은 것 같아 보이지만, 겨울이 지나고 봄이오면 새싹이 돋고, 그리고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다.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. 열심히 살아가다, 어느 한순간 더이상 아무것도 관심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, 쉬어가라는 나의 몸의 신호, 그리고 내 인생의 꽃이 피기 전 동면의 시기일 뿐, 이 시기를 지나면 화려한 꽃은 아니더라도 걷다보면 볼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들꽃처럼 다시 나의 인생을 걸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.
나도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.
- 퇴근길 1호선 지하철에서
________ 나의 동면기간 6개월의 시간을 흘리면서 했던 것 1. 뒷산 오르기, 올라가서 멍때리기 2. 4호선타고 오이도 갔다가 다시 집에오기 3. 버스환승해서 모르는 곳 가기 4. ngo단체 가서 봉사하기, 혹은 아르바이트 하기 5. 도서관가서 책 보기(읽기x 보기o) 6. 술마시기